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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몸] 인공 피부
조회 248 2021.07.13 신고


흰색에서 살구색, 갈색에서 검은색까지 다양한 색을 지니고 있으며, 털이 수북한 곳이 있는 반면 터럭 하나 없는 곳도 있고, 얇은 곳도 있고, 두꺼운 곳도 있고, 보드라운 곳도 있고 단단한 부분도 있는 인체의 기관은 과연 어디일까요? 



짐작하셨듯이 ‘피부’입니다. 우리 몸의 최외곽에 위치해 있고, 몸을 외부와 구분해 안전하게 지켜주는 기관이지요.


물샐틈없이 몸을 보호해주는 피부


피부는 성인 기준으로 무게는 5kg, 면적은 1.6~2㎡에 달하는 커다란 기관입니다. 피부는 바깥쪽부터 표피-진피-피하지방층 3중 구조로 되어 있으며, 각 층은 고유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표피는 피부 중에 가장 얇은 곳이지만 그야말로 최전방답게 납작하고 거칠고 딱딱한 세포들이 벽돌처럼 빽빽하게 쌓여서 그야말로 물샐틈 없이 몸을 보호합니다. 표피를 구성하는 세포들은 기본적으로 단단한 편이기 때문에 표피가 가장 얇은 0.04mm에 불과한 눈꺼풀은 매우 부드럽지만, 1.5mm에 달할 정도로 가장 두꺼운 발바닥은 다른 곳에 비해 단단합니다. 표피 아래 진피는 콜라겐을 대표로 하는 질긴 단백질들로 구성되어 있는 탄력적인 조직으로, 표피에 비해 15~40배 두껍습니다. 피부 혈관, 땀샘, 모낭, 피지샘, 신경말단 등이 분포된 곳이기도 하고요. 진피와 표피는 서로 단단하게 결합되어야 하므로, 피부의 단면을 들여다보면 마치 쐐기처럼 올록볼록한 형태로 꽉 맞물려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강한 물리적 충격을 받아 진피와 표피가 떨어지면 혹시나 모를 세균 침입을 막기 위해 인체는 재빨리 그 공간을 림프구들이 든 림프액으로 채웁니다. 이것이 바로 물집입니다.


사람 피부의 구조

 







손상입은 피부를 대체하라


피부는 신체의 표면에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손상을 입기 쉽습니다. 그러다 보니 피부의 손상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피부의 광범위한 손상은 그 자체로 치명적입니다. 피부의 1차적 역할은 인체의 방어벽입니다. 방어벽이라 하면 외부의 적으로부터 내부를 지키는 역할만을 생각하게 되지만, 더 중요한 역할은 내부에 있는 것들이 외부로 나가지 못하게 막는 것입니다. 피부 역시 외부의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몸 안으로 침입하지 못하게 막는 방패 역할을 겸하는 것과 동시에 내부의 수분이 외부로 증발하지 못하게 막는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화상을 피부의 20% 이상 입었을 경우 그 범위가 늘어날수록 사망률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피부의 80% 이상이 손상되었을 경우에는 거의 생존하지 못합니다. 화상으로 인해 피부 장벽이 무너지면서 생기는 탈수와 감염 증상을 이겨내기가 너무나 버겁기 때문입니다. 


단단하게 결합된 인간의 표피는 물 한 방울 샐 틈이 없지만, 손상된 피부는 무너진 성벽처럼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따라서 화상으로 인한 불가역적 피부 손상이 일정한 크기 이상이라면 피부 이식이 필수적입니다. 가장 먼저 시도된 것은 자가이식입니다. 환자의 건강한 피부를 떼어내어 회복불가한 손상을 입은 부위를 덮어주는 것입니다. 자신의 조직을 이용하는 것이기에 면역학적 거부반응을 신경 쓸 필요가 없고 영구적 생착이 가능하지만, 결국 자신의 피부를 떼어내서 자리 이동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나마 남아있던 건강한 피부마저 손상을 준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그래서 의사들은 손상된 피부의 크기보다 작은 면적의 피부를 떼어낸 후 여기에 그물 모양으로 작은 절개창을 내어 피부를 늘려서 이식하기도 합니다. 피부 자체가 어느 정도 회복력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방법인데 이 역시도 한계가 있는 데다가 손상된 피부가 복구되는 과정에서 반흔 조직이 생성되기 때문에 흉터가 생길 가능성도 높습니다. 또한 이식된 피부가 수축되어서 이식한 부위가 비정상적으로 구부러지거나 관절 가동 범위에 제한이 생기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걸 차치하고 피부 자가이식의 가장 큰 딜레마는 손상 부위가 크면 클수록, 즉 증세가 심각하여 피부 이식이 더 많이 필요할수록 이식해줄 수 있는 건강한 피부가 모자란다는 것입니다. 잃어버린 피부를 대체할 새로운 피부조직이 절실히 필요한 것입니다. 


작은 상처는 반창고로 덮어놓기만 해도 자체 회복력에 의해 복구되지만, 심한 손상은 복구되기 어렵다

 

이를 대체하기 위해 기증된 시신에서 채취한 사체 피부조직을 이식하기도 합니다. 또한 사체 피부조직에서 급성거부반응을 일으킬 만한 세포들을 제거하고 진피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콜라겐과 키토산 등의 결합조직을 위주로 한 무세포동종진피(Acellular Dermal Matrix, ADM), 돼지의 콜라겐을 동결 건조하여 스폰지 형태로 만든 인공진피 등이 개발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들 인공진피 조직은 양분은 풍부하지만 세균에 대한 저항성이 없기 때문에 쉽게 감염이 됩니다. 이런 인공진피를 이식하더라도 상당수가 감염으로 다시 소실되기 때문에 이들 조직들은 영구적인 대체제로서 기능하지는 못합니다. 진짜 피부를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조직은 없을까요?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피부




1983년 미국 아이오와주에 살던 어린 형제가 불장난으로 화상을 입어 응급실로 이송되었습니다. 아이들의 피부는 거의 90% 가까이 화상을 입어 생존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워 보였습니다. 당시 MIT에서 연구하던 하워드 그린(Howard Green) 박사는 겨우 7살, 5살에 불과한 어린 형제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모험적인 시도를 합니다. 그는 이미 환자의 피부에서 추출한 세포를 배양해 만든 피부 시트를 화상 환자의 피부에 이식하는 시도에 대한 특허를 받은 바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아이들에게는 성한 피부가 거의 남아 있지 않았기에 이번에도 성공할 수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린 박사는 이 형제의 몸에 겨우 남아 있던 겨드랑이와 발바닥의 정상 피부에서 세포를 추출해 시험관에서 배양하여 약 1m² 의 피부 시트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고, 결국 형제는 목숨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이 성공을 통해 자가세포를 이용한 피부 시트를 화상환자에게 이식하는 방법은 화상 치료에서 매우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는 게 밝혀졌습니다. 하지만 이 피부 시트는 일단 피부 표면을 덮어주어 더 이상의 손상을 막아주기는 하지만 표피와 진피를 구성하는 다양한 세포들까지 모두 배양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원래의 피부가 지닌 역할을 모두 수행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기존의 콜라겐 매트릭스에 진피세포층을 배양해 결합시킨 복합 인공 피부, 3D 프린팅 기법을 이용하여 피부에 존재하는 다양한 세포들과 결합조직들을 유기적으로 결합시킨 적층형 인공 피부, 줄기세포를 분화시켜 피부조직을 재건하는 줄기세포 유래 인공 피부 등 다양한 방식의 인공 피부들이 개발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자가피부이식을 완전히 대체할 만큼 완벽한 피부 조직의 배양은 어려운 상태입니다. 






인공 피부 개발로 동물을 살리다




인공 피부의 개발은 원래 화상과 같은 피부 손상 환자들의 치료용으로 개발되었지만, 이를 통해 일어난 또다른 변화가 있습니다. 바로 동물실험에 희생되는 동물들의 수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입니다. 화장품이나 자외선 차단제처럼 피부에 접촉하는 제품을 개발하는 경우 동물 실험을 거치곤 했습니다. 테스트 자체가 동물에게 괴로움을 주는 경우도 있었고, 테스트에 이용된 동물들은 대개가 안락사되다 보니 동물 윤리 문제도 이전부터 대두되는 상황이었지요. 그렇다고 동물 실험 없이 인체에 바로 테스트를 할 수는 없었기에 이 문제는 늘 삼킬 수도 뱉을 수도 없는 뜨거운 감자와 같았습니다. 하지만 인체에서 유래된 세포들로 구성된 인공 피부가 개발되면서 이런 논란을 잠재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피부 표면에 털이 많고 조직 구성도 인간과 다른 동물의 피부와는 달리 인체에서 유래된 세포를 이용한 인공 피부는 인간의 피부 특성에 더 가깝기 때문에 임상실험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어서 더 좋은 점이 있습니다. 







인공 피부를 기계에 적용하면?





인공 피부의 활용 범위는 사람과 동물을 넘어 의족과 의수까지도 아우릅니다. 피부만이 아니라 신체의 일부를 잃은 경우 이를 보완하기 위한 보철 장치를 장착하곤 하는데, 여기에 인공 피부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초기에는 색과 질감이 피부와 비슷한 실리콘만을 이러한 장치들에 사용했다면, 최근에는 다양한 센서들을 통해 외부 자극을 감지할 수 있는 기능까지 넣은 것이 특징입니다. 인공 의수가 미세한 압력을 감지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은, 인공 보철물이 단순한 공간적 대체제를 넘어 기능적 대용제로 작용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합니다. 기존의 의수는 단단한 벽돌을 꽉 잡을 수는 있지만, 유리병이나 달걀을 깨뜨리지 않고 잡는 것은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압력 감지 장치가 장착된 모델이라면 이것이 가능하며, 사람의 손을 잡을 때도 상대가 다치지 않도록 조절이 가능합니다. 연구진들은 탄소화합물과 고분자 폴리머 등 유기물을 이용해 만든 압력 감지 장치, 나노와이어를 이용한 미세 자 감지 장치, 태양전지를 이용해 센서의 전력 공급을 안정화시킨 장치 등 다양한 감지장치들을 장착한 인공피부를 통해 인간의 손이 지닌 예민한 감각을 재현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더 나은 기술과 더 넓은 기술의 조화


논문사이트와 특허사이트에서 인공 피부를 검색해보면 수많은 논문과 특허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 기원도 인간의 신체 조직과 동물의 조직에서 식물의 질긴 섬유질막 구조나 인공합성된 폴리머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며, 각각의 특성과 적용 범위도 다양합니다. 하지만 화상환자들이 피부 이식을 받지 못해 고통에 시달리는 상황은 여전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이들에게 피부 이식을 할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이들에게 제공할 충분한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기증된 사체 피부의 양은 필요량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상황이고, 이를 보완해 줄 인공 피부는 너무 고가이기때문에 충분한 양을 사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해 본다면 더욱 더 나은 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필요한 기술을 충분히 수혜 받을 수 있도록 널리 보급하는 것도 사회의 노력이 더 요구되는 과제인 것 같습니다. 








참고자료

· 대한피부과학회 자료실 (https://www.derma.or.kr/)

·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https://www.konos.go.kr/

· [이종이식용 돼지 피부의 영장류 이식 모델 개발], 이교원 외, 대한화상학회지 제 19 권 제 2 호, 2016

· [Howard Green, Who Found a Way to Grow Skin and Saved Lives, Dies at 90], By Sam Roberts, Nov. 5, 2015, NewYork Times (하워드 그린의 생애를 다룬 기사)

· [화상 상처 치료를 위한 차세대 바이오인공피부 및 플라즈마 치료 기술 개발], 한림대학교산학협력단 연구보고서, 2015

· [3차원 피부모델의 최신 연구개발 동향], 장성재, BRIC View 2019-T21

·[Nanowire active-matrix circuitry for low-voltage macroscale artificial skin], Kuniharu Takei, Ali Javey et al. Nature Materials 9, 821-826(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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