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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호르몬, 많다고 좋은 건 아냐
조회 114 2021.07.12 신고


종합격투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여러 채널을 통해 K-1, UFC 같은 격투기 리그가 소개되면서 이제는 프로야구처럼 격투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흔히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선수들도 격투기 리그에 출전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팬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선수는 단연 최홍만 선수다. 씨름 선수 출신으로 키 218cm, 체중 158kg에 달하는 거인에다 유머 감각까지 갖춰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최 선수는 주로 건강 문제로 TV와 인터넷에 이름을 싣고 있다. ‘종양’ 그리고 ‘말단비대증’이라는 용어와 함께 말이다. 최 선수의 증상이 무엇인지 정확히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이번 기회에 말단비대증이 어떤 병인지 알아보기로 하자.

말단비대증이란 한 마디로 신체의 끝부분이 커지는 병이다. 외형적으로 턱, 손, 발, 코가 커지고 심할 경우 머리가 비대해진다. 손가락과 발가락이 길고 두꺼워진다. 턱은 튀어나오고 코도 커져 얼굴이 특이하게 변한다. 이와 함께 여러 합병증들이 따라온다. 이 말단비대증은 성장호르몬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성장호르몬은 이름 그대로 뼈와 근육을 성장시키는 호르몬이다. 특히 뼈의 성장은 신장과 체격 같이 외형적으로 보이는 신체 크기와 직결된다. 뼈는 관절과 연결되는 끝 부분에 위치한 ‘성장판’이라는 조직이 자라면서 커진다. 성장판은 성장호르몬의 영향을 받아 자라고 골질로 변해 뼈가 된다. 그리고 성장이 가장 왕성한 사춘기를 지나 20살 정도가 되면 성장판이 단단하게 닫혀 뼈 성장을 거의 멈춘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보통 호르몬은 영향을 받는 장소와 분비되는 장소가 다르다. 성장호르몬도 영향을 받는 장소는 뼈와 근육이지만 분비되는 장소는 뇌의 가장 아래 부분에 있는 ‘뇌하수체’다. 뇌하수체는 성장호르몬 외에도 우리 몸에 다른 호르몬 전체를 총괄하는 호르몬을 분비한다. 한마디로 우리 몸의 호르몬 중추다.




이 뇌하수체가 성장호르몬 분비를 정상적으로 조절하지 못하고 과다 분비하면 문제가 생긴다. 성장판이 아직 닫히지 않은 시기에 이와 같은 현상이 일어나면 성장 평균치를 과도하게 넘어서게 돼 ‘거인증’이 된다. 키와 체중이 표준 이상으로 커진다. 지능이 정상인보다 떨어지거나, 성적욕구가 연령에 비해 일찍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성인이 되면 뇌하수체의 기능이 떨어지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리고 성장판이 닫힌 뒤, 즉 성장기를 지난 뒤에 성장호르몬이 지나치게 분비되면 말단비대증이 된다. 뇌하수체가 비대해지고 분비물이 늘어나 얼굴이 붓게 된다. 따라서 말단비대증을 앓는 사람은 얼굴, 특히 코와 턱이 커진다. 길이 성장을 담당하는 성장판이 더 이상 자랄 수 없기 때문에 대신 신체의 끝부분의 근육이 자라서 커진다.

그럼 왜 뇌하수체가 성장호르몬을 과다 분비하는 현상이 생길까? 현재 보고된 대부분의 말단비대증은 뇌하수체에 발생한 종양 때문이다. 종양이란 성장을 멈추지 않는 세포. 즉 뇌하수체 세포가 성장을 멈추지 않고 계속 증식하면서 성장호르몬도 과도하게 만든 것이다. 최 선수와 관련한 기사에서 말단비대증과 종양이 동시에 언급되고 있는 이유다.

말단비대증에는 신체 끝부분이 비대해지는 것 외에도 다른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성장호르몬은 근육과 뼈를 성장시키는 1차적인 작용 외에도 단백질 합성, 물과 무기질의 균형 조절, 심리적인 안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 결과 성장호르몬의 과다 분비는 고혈압, 당뇨, 동맥경화 같은 현대인이 가장 두려워하는 성인병을 일으킬 수 있다. 성기능 장애나 골관절염이 생긴 보고도 있다. 사실 이 합병증이 더 치명적인 문제다.

따라서 말단비대증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말단비대증은 보통 혈액 검사로 진단한다. 혈액 속에는 IGF-I이라는 성장인자가 있는데 출생 이후부터 성장에 도움을 준다. 성장이 끝난 성인인데도 IGF-I이 농도가 계속 증가하고 성장호르몬 농도가 ml 당 10ng 이상이면 말단비대증이다.

일단 말단비대증으로 드러나면 적절한 치료를 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수술이다.말단비대증을 유발하는 뇌하수체 종양은 다행히 대부분 양성이기때문에 조기에 발견하면 종양을 제거해 70% 이상의 높은 확률로 완치 할 수 있다. 요즘은 기술이 발달해 콧구멍을 통해 종양을 손쉽게 제거할 수 있다. 단 종양의 위치와 크기에 따라 두개골 전면 골편을 들어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수술 이후에 종양이 남아있는 경우가 있는데 방사선 치료를 해서 종양을 없앤다. 수술로 치료하기 힘든 경우에는 성장호르몬 억제제인 산도스타틴라르, 소마튤린피알, 도파민차단제 등을 사용한다. 모두 성장 호르몬의 분비를 줄이기 위한 방법이다.

대부분의 질병이 그렇지만 말단비대증은 조기 진단이 더욱 중요하다. 일단 호르몬 분비가 돼 얼굴 모양이 바뀌고, 신체에 문제가 생기면 치료한 뒤에도 돌이킬 수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얼굴이 5~10년 전의 사진과 비교해 코, 턱, 입술이 눈에 띄게 커졌다면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글 : 김창규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KISTI의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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