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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의 몸] 첫 번째 이야기, 손
조회 116 2021.03.24 신고


바다에 사는 민달팽이의 일종인 엘리시아 cf. 마르기나타(Elysia cf. marginata)는 엄청난 재생능력이 있습니다. 이 바다 민달팽이는 기생충에 감염되면 목 주변에 홈이 생기고, 그 부분이 절취선처럼 잘려 머리와 몸이 완전히 분리됩니다. 이때 분리된 머리는 원래 바다 민달팽이의 20%에 불과하지만, 이 작은 머리는 불과 22일 만에 완전한 몸 전체를 재생해냅니다. 잘린 머리끝에서 마치 싹이 나듯 몸이 자라고, 새로운 심장이 만들어져 팔딱이는 것을 보노라면, 신기하면서도 이상한 기분이 듭니다.


기생충에 감염되면, 개체의 생존과 안전한 번식을 위해 몸과 머리가 분리되는 바다 민달팽이. 분리된 몸은 죽지만, 머리는 살아남아 몸 전체를 재생한다. by Rickard Zerpe CC BY-SA 2.0 (Wikimedia Commons)

 

인간의 몸은 바다 민달팽이와 달리 신체 재생이 극히 제한적이어서, 몸을 자유자재로 자르고 재생하는 것은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비록 인간의 몸 자체의 재생능력은 바다 민달팽이에 미치지 못하지만, 인간의 커다란 머리와 자유롭게 움직이는 두 손은 자연적 신체 재생능력을 넘어, 신체의 결손된 부분을 다양하게 보완하는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앞으로 이 칼럼에서는 끊임없이 자신의 몸을 보완해 ‘제2의 몸’을 만들어내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다뤄보고자 합니다. 그 첫 번째는 바로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우리의 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손, 우리 몸의 가장 놀라운 도구



미국 ‘커디스 국립 손 센터’의 전 센터장인 E.F. 쇼 윌기스 박사와 굴지의 손 전문가들이 모여 엮어낸 『손의 비밀The Wonder of the Human Hand』에서 저자들은 모두 ‘손이란 시각적으로 보이는 뇌의 일부’라는 말에 동의합니다. 뇌가 생각하고 추론하고 상상한 모든 것들을 현실에 구현해내는 것이 손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손이 신체에서 차지하는 물리적 비율은 약 2% 남짓에 불과하지만, 대뇌피질의 감각과 운동 영역은 상당 부분을 손에 할애합니다. 이들을 3차원적으로 표현한 호문쿨루스 모델의 양 손이 유난히 큰 것은 이 때문입니다.

 


대뇌피질의 감각 영역(왼쪽)과 운동 영역(오른쪽)의 각 신체 분위별 분포 정도를 환산해 표현한 호문쿨루스 모델, 인간의 대뇌에서 감각과 운동을 담당하는 신경의 상당수가 두 손에 집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 사진 출처 : 위키피디아 https://en.wikipedia.org/wiki/Cortical_homunculus )

 


 

이처럼 손은 인간에게 있어 정체성을 담보하는 기관이기에, 사고나 질병 등으로 손을 잃는 경우 생물학적인 생존에는 지장이 없더라도 세상을 이해하고 창조하는 기능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손상으로부터 손의 기능을 보존하려는 시도가 꾸준히 있었습니다.










손을 손으로 잇는다


잘려진 신체를 다시 붙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처음 제시된 건 1962년이었습니다. 미국의 의사 로널드 몰트 Ronald Malt 와 찰스 맥칸 Charles McKhan 이 세계 최초로 사고로 팔이 절단된 12살 난 남자아이의 팔을 미세수술을 통해 접합하는데 성공했던 것입니다. 




손과 팔은 각각 단일한 조직이 아니라 뼈와 근육, 혈관, 신경 등이 다양하게 얽혀 있는 복합적 조직입니다. 그중에서도 절단된 신체 부위를 다시 접합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혈관을 이어주는 것입니다. 우리 몸의 모든 조직은 혈액을 통해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기 때문에, 혈류가 제대로 통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잘 붙인 조직이라고 해도 숨을 쉴 수 없어 생착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혈관을 이어 혈류가 잘 통하도록 하는 것은 신체 접합 수술에서 넘어야 할 첫 번째 난관이었습니다. 1960년대 의학의 발달로, 현미경과 아주 세밀한 접합이 가능한 수술 도구들이 개발되면서 신체에서 떨어진 조직들이 괴사하기 전에 이를 이어주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이후 비약적으로 발전을 통해 끊어진 혈관을 대치할 정맥 이식술, 인공 혈관 이식술 등이 개발되었으며, 신체 외부에서 부족한 조직 등을 끌어다 쓰는 수술법과 신경을 이식 및 접합해 일부 감각을 되살릴 수 있는 수술까지 개발되었습니다. 




이 기술은 어디까지나 재빨리 다시 접합하는 것이므로 신체를 대치하는 기술의 발전이라기에는 어폐가 있지만, 이를 통한 신체 재접합 기술 수준의 향상은 1998년 프랑스의 장 미셀 뒤베르나르 Jean-Michel Dubernard 박사팀이 세계 최초로 두 손을 잃은 이에게 타인에게서 기증받은 손을 이식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 바탕이 되었습니다.









손을 기술로 잇는다


손을 비롯한 상지, 손가락 등의 접합술은 점점 더 정교해지고 성공률도 높아졌지만, 이런 방식의 손 재생은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신체 일부는 몸에서 떨어져 나오는 순간부터 서서히 죽어가므로, 일정 시간 내에 접합술을 받아야 하며, 단면이 으스러지는 등 복합적인 손상이 있으면 접합 자체가 불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이식의 경우, 기증자의 부족과 면역학적 적합성 여부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고요. 




그래서 신체가 아닌 보장구를 이용하는 방식이 이전부터 더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서 등장하는 라니스터 가문의 후계자 제이미가 팔을 잃고 그 대신 금속으로 만든 기계 팔을 다는 것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근대 이전의 의수는 대개 기능보다는 잃어버린 신체의 빈 곳을 채워 넣는 미용 목적이 더 강했습니다. 손의 모습을 그대로 본떠 만들 수는 있어도, 손의 기능을 다시 되살리지는 못했기 때문이지요.




2000년대 들어, 상지에 남아있는 근육의 신호를 변환해 작동하는 근전기 보장구, 일명 스마트 의수가 주목받기 시작합니다. 손의 가장 기본 기능은 물건을 잡거나 쥐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엄지손가락과 다른 손가락들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힘을 주어야 하며, 손목의 각도를 조절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 손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을 하기 위해서라도 적어도 의수의 관절 3개를 조절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의료진들은 신경 재분포기술(TMR)을 사용해 원래라면 손의 각 관절을 조절할 수 있는 신경의 경로를 남아있는 위쪽 팔이나 어깨, 혹은 가슴의 근육에 연결해 이들 근육을 움직이는 신호를 변환하고 증폭하여 의수를 구성하는 관절들을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원리는 단순하지만,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잘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우리 대부분은 컵을 잡을 때 내가 손의 어떤 근육을 움직여 어떻게 컵을 잡아야 하는지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저 자연스럽게 손이 움직여서 컵을 들어 올리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 스마트 의수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몸의 다른 근육을 손의 움직임과 연결해 생각하고 움직이도록 하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그것도 손과 손가락이 아니라, 무언가를 잡거나 쥐는 용도로 쓰는 것이 아닌 다른 곳의 근육을 움직여서 말이죠. 그래서 이 과정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훈련이 필요합니다. 최근에는 표적 감각 신경 재분포를 통해 운동 신경뿐만 아니라 감각 신경의 기능도 일부 되살리는 방식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손으로 만들어낸 가장 멋진 손



요리사 에두아르도 가르시아 (출처: ABC뉴스)

 

스마트 의수는 ‘몸 밖에 있는 뇌’인 손의 기능을 복원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로 주목받았고, 점차 정교해지고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되고 있습니다. 감전 사고로 왼손을 잃은 요리사 에두아르도 가르시아는 블루투스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 의수를 통해 여전히 요리를 합니다. 생체공학보조장치를 착용한 파일럿들이 모여서 기능을 겨루는 국제 대회 사이배슬론(Cybathlon)에 참여한 선수는 인공 의수를 이용해 무너지기 쉬운 플라스틱 컵을 차곡차곡 쌓아 산 모양을 만듭니다.




한 스타트업 회사에서는 사고나 질병으로 인해 팔을 잃은 어린이들의 몸과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히어로 암 Hero Arm 이라는 의수를 선보였습니다. 히어로 암 시리즈가 눈길을 끈 것은 단지 그것이 어린이용으로 작게 만든 스마트 의수이기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아이들은 자랍니다. 다시 말해 아이들의 의수는 성장 단계에 따라 계속 바꾸어야 한다는 뜻이며, 만만치 않은 스마트 의수의 가격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자아정체성을 형성하며 자라나야 하는 시기에 몸의 일부를 잃었다는 사실은 아이들의 마음에 상처로 남을 가능성도 있고요. 히어로 암은 부품을 3D 프린터로 제작해 단가를 낮추어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아이언맨의 수트나, 엘사의 얼음 장갑을 본뜬 멋진 디자인으로 의수를 제작해 아이들을 덮친 몸의 상처가 마음의 흉터로 덜 남을 수 있도록 노력한 모습이 엿보였습니다.


Hero Arm (출처: https://openbionics.com/press)

 



인간이 스스로의 손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멋진 손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우리는 이 손으로 또 우리의 무엇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참고 문헌]

● Sayaka Mitoh, Yoichi Yusa Extreme autotomy and whole-body regeneration in photosynthetic sea slugs (2021)

● [Penfield's homunculus: a note on cerebral cartography], G D Schott, Journal of Neurology Neurosurgery, and Psychiatry, 1993 Apr: 56(4)

● 수부의 재건 수술. 이경진, 이동철, 노시영, 김진수, Journal of the Korean Medical Association, 2016 Feb: 59(2)

● [Functional results of the first human double-hand transplantation], Jean-Michel Dubernard Etc. Anatomy of Surgery, 2003 Jul: 238(1)

● Make It Wearable | Eduardo Garcia And The Future Of Bionic Limbs

● 『손의 비밀 : 몸에서 가장 놀라운 도구를 돌보고 수리하는 방법』, 쇼 윌기스 엮음/오공훈 옮김, 정한책방, 2015

● 사이배슬론 대회 https://cybathlon.ethz.ch/en

● 히어로 암 https://openbionics.com/hero-a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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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인간에게 손이 없었다면 이런 진보와 발전을 이룰 수 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다른 기관도 대단하지만 손이라는 것은 무엇보다 더 대단한 것으로 느껴지네요. 앞으로 로봇들도 많이 만들어지게 발전하게 될텐데 인간과 같은 손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나올지 궁금하네요.

2021.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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