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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는 어떻게 당신의 행동과 감정을 이끄는가
조회 50 2021.06.09 신고


CC BY-NC-SA 2.0 KR, 나무위키

 

소설 「향수」의 그르누이와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의 탄지로. 그들의 공통점은 남들보다 뛰어난 후각을 지니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탄지로는 냄새로 덫을 구분하고 피할 수 있으며, 공포의 냄새, 믿을 수 있는 냄새 등 감정이나 생각에 따른 냄새까지도 느끼는 놀라운 후각의 소유자입니다. 하지만 <귀멸의 칼날>에서 더욱 흥미로운 캐릭터는 냄새로 다른 혈귀의 뇌를 조종하는 타마요일 겁니다. 물론 혈귀라는 것이 존재하지는 않으니 타마요가 어떤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해도 놀랄 일은 아니겠지만 현실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납니다. 냄새로 서로 소통하고 다른 개체의 행동을 조종하는 일이 일어난다는 겁니다. 시각이나 청각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인식되어온 후각. 자연에서 냄새는 빛이나 소리 못지않게 중요한 정보를 전달하며, 후각은 생물의 생존을 좌우하는 중요한 감각입니다.

 



 


당신은 냄새나기 위해 태어난 사람

 

영화 <향수>는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동명 소설이 원작입니다. 주인공 그루누이는 세상의 온갖 냄새를 다 구분할 만큼 냄새에 민감하지만 정작 자신은 아무런 체취도 가지고 있지 않아 불행한 인물입니다. 체취가 없다고 다른 사람들에게 배척당하면서 병적으로 향수 제조에 집착하다 파멸에 이르게 되지요. 그루누이가 집착했던 사람의 체취는 개인의 특성을 나타내는 일종의 ‘향기 신분증’입니다. 그런 신분증이 없었으니 그루누이는 자신을 불행하다고 여겼던 겁니다. 

 


모든 생물은 평생 냄새 속에서 살아갑니다. 엄마 뱃속의 태아는 양수에 있는 다양한 냄새를 기억하고 태어나자마자 냄새로 엄마 젖을 찾아냅니다. 사람은 유전자로 인해 저마다 다른 체취를 가지고 태어납니다. 일반적으로 서양인은 아포크린선이 많아 동양인보다 체취가 강합니다. 아포크린선은 겨드랑이나 얼굴, 항문 근처에 많이 분포하는데, 이에 겨드랑이 냄새의 주범으로 통하지요. 하지만 체취는 건강 상태나 식습관, 환경 등에 따라 변하기도 합니다. 어쨌건 애니메이션 속의 혈귀도 냄새가 난다면 분비샘을 지닌 생물이라고 봐야겠지요? 

 

 


 

 

향기에 이끌린 탐험

 

소설 속 그루누이만 향기에 집착한 건 아닙니다. 기원전 3천년 경부터 시작된 향수 제조는 아마도 인류 최초의 화학 산업이었을 겁니다. 향수의 어원인 라틴어 ‘per fumum’은 ‘연기를 통해서’라는 뜻입니다. 나무나 약초를 태웠을 때 나는 향기를 이용해 신과 소통하려는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 향수이기 때문이지요. 고대 이집트인들은 곤충을 쫓는 용도뿐 아니라 미라를 만들 때도 향료를 사용했습니다. 고대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에서 나폴레옹에 이르기까지 권력자들 중에는 향수를 애용했던 인물들이 많았습니다. 향료는 값이 매우 비싸 권력자가 아니면 사용하기 어려웠습니다. 오늘날에도 우리가 사용하는 향료 중에 천연향은 거의 없습니다. 천연향료가 비싸기도 하지만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합성향을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화학 산업이 발달하기 전에는 좋은 향기가 나는 원료를 구하기 위해 대규모 상단을 꾸리거나 모험을 떠나는 일도 종종 있었습니다. 콜럼버스의 신대륙 탐험도 결국 향신료를 구하기 위한 것이었지요. 

 





 

냄새 따라 감정도 움직인다

 

냄새는 인류를 신대륙으로만 이끈 게 아닙니다. 루소가 ‘기억과 욕망의 감각’이라고 불렀듯이 냄새는 우리를 추억 속에 빠지게 하고, 감정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후각이 기억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은 알츠하이머 환자 중에 후각 상실을 겪는 경우가 많은 걸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인간의 후각신경은 전두엽과 편도체, 해마 등 뇌의 여러 부분과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후각은 언어를 담당하는 대뇌를 통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적인 감정 변화를 통해 즉각적인 행동 반응을 불러일으킵니다. 냄새는 언어로 번역되지 않더라도 기억 속에서 오랫동안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말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어디선가 느껴 본 냄새’가 바로 기억 속에 저장된 추억의 냄새입니다.

 


후각은 원래 생존을 위해 화학물질을 감지하는 기관이었습니다. 인간은 이족보행을 하면서 코가 땅에서 멀어져 상대적으로 시각과 청각에 비해 중요성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냄새 속에서 중요한 정보를 감지합니다. 탄지로만큼은 아니지만 사람들은 공포의 냄새, 사랑의 냄새 등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왠지 호감이 가거나 이유 없이 싫은 것도 냄새 때문일 가능성이 큽니다. 연구에 따르면 동물들은 페로몬을 이용해 상호 신호를 보내며 위험에 처한 동료가 방출한 페로몬을 감지하면 순식간에 도망가거나 방어 행동을 취하는데, 이처럼 생물들은 냄새 네트워크를 잘 활용합니다. 

 


 

 

 

 

‘냄새 맡기’에 도사린 위험

 

우리는 하루에 2만 번의 호흡을 통해 바깥의 공기를 마시며 살아갑니다. 이때 공기와 함께 들어온 냄새 분자들을 비강에 있는 약 3,000만 개의 후세포가 감지합니다. 후세포는 신경세포의 일종인데 비강에 신경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고 점액이 덮여있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공기와 함께 들어온 냄새 분자가 점액에 녹아 후각섬모에 결합하게 되면 냄새를 감지할 수 있게 되는 거지요. 다른 신경과 달리 외부에 노출된 후각신경은 손상되기 쉬워서 항상 새로운 후각신경으로 재생됩니다. 손상된 신경은 재생되지 않는다고 알고 계셨나요? 맞습니다. 신경은 재생되지 않지만 후각신경은 예외입니다. 손상된 후각신경이 재생된다니 다행이라고 생각하시겠지만 문제는 그리 간단치가 않습니다. 재생과정에서 외부에서 침투한 물질이나 병원균이 후각신경을 타고 뇌로 침투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지요. 애니메이션의 탄지로는 후각 덕분에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이렇듯 후각은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외부의 화학물질을 감지하는 것이 생존에 더 유리했던 진화 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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