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도는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책상 모서리는 90도이고 피자 한 조각은 45도이다. 한 바퀴 돌면 360도, 두 바퀴 돌면 720도이다. 이와 같이 일상생활에서는 각도를 표시할 때 도(degree)를 주로 사용한다.
하지만 각도를 표시하는 방법에 한 바퀴를 360도로 정의하는 도만 있는 것이 아니다. 1도 보다 작은 크기의 각을 재는 데 유리한 라디안(radian)도 있다. 라디안은 원을 부채꼴로 잘랐을 때 원호의 길이를 따져 각도를 표시하는 방법이다. 따라서 라디안으로는 한 바퀴가 2π가 된다.
그런데 360도를 두고 굳이 라디안이라는 각도가 사용되는 데 이유가 있을까? 여기서는 각도를 표시하는 방법으로 360도와 라디안의 의미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한다.
라디안은 특별히 작은 각도를 나타낼 때도 유용하다. 멀리 보이는 물체는 그 크기에 해당하는 시야각을 형성한다. 시야각이 그리 크지 않을 때는 라디안 값은 물체의 크기를 그곳까지의 거리로 나누면 구해진다.
예를 들어 1m 앞에 있는 1cm 막대기나 100m 앞에 1m 막대기나 보이는 시야각은 모두 0.01라디안이다. 그래서 라디안은 시야각을 이용한 물체의 크기나 거리 짐작에도 사용될 수 있다. 눈앞에 있는 물체가 멀리 보이는 물체와 같은 크기로 보인다면 그 둘은 같은 시야각을 가지므로 크기와 거리를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풍경화를 그릴 때 화가들은 종종 한 눈을 감고 한쪽 팔을 쭉 뻗은 채, 붓을 들고 멀리 보이는 산과 들을 관찰한다. 물체 크기를 가늠하여 화폭에 담을 풍경 구도를 잡기 위한 것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라디안의 개념을 활용하면 거리나 물체의 크기를 정량적으로 측량할 수 있다.
사람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손을 앞으로 쭉 뻗었을 때 눈에서 엄지손가락까지의 거리는 약 60cm 이고 엄지손톱의 크기는 1.5cm이다. 따라서 쭉 뻗은 팔의 엄지손톱이 눈에 보이는 각도는 1.5cm를 60cm로 나누면 40분의 1라디안이라는 각도가 나온다. 만약 멀리 있는 물체가 손톱만한 크기로 보인다면 라디안 값을 적용해 거리를 측정할 수 있다.
멀리 골프장 그린 위에서 퍼팅하고 있는 사람의 키가 170cm인데 손톱만한 크기로 보인다면, 그 역시 40분의 1라디안을 적용할 수 있다. 따라서 그 사람 있는 곳까지의 거리는 170cm×40=68m로 계산된다. 꽤 정확한 측량이다.
더욱 정밀한 측정을 원한다면 크기가 다른 여러 개의 손가락 마디들을 이용하거나 손톱에 눈금이라도 메겨 놓으면 된다. 라디안의 개념을 여기저기 응용해 보기 바란다.
글 : 한화택 국민대 기계시스템공학부교수
출처 : KISTI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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