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가슴도요새는 남아메리카에서 겨울을 나고 5월 정도에 투구게의 산란기에 맞춰 미국 동부 델라웨어 만에 도착한다. 그 후 투구게를 포식하여 매일 체중을 5퍼센트씩 늘리고 두 주가 지나면 원래 체중보다 두 배 가까이 체중을 늘린다. 60kg인 사람이 두 주 만에 120kg로 몸무게를 늘렸다고 생각하면 붉은가슴도요새의 능력이 신기할 따름이다.
하지만 1980년대부터 붉은가슴도요새의 장거리 여행에 큰 차질이 빚어졌다. 투구게의 알이 낚시의 미끼로 좋다고 알려지면서 이 새의 먹이가 부족하게 된 것이다. 이후 델라웨어 만을 찾은 붉은가슴도요새의 수는 연간 14만 마리에서 2003년 2만 마리로 점차 줄어들었다. 먹이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일정을 앞당긴다 해도 일 년간의 여행 일정이 조금씩 틀어져 이듬해 겨울을 보내는 남아메리카의 조개가 자라는 시기에 맞출 수 없다. 도요새 등의 철새들에게는 일 년간의 스케줄이 미리 짜여진 셈이다.
이러한 사례는 비단 미국에서만 있지 않다. 우리나라 서해안 새만금에는 앞서 말한 큰뒷부리도요새가 한 해 1만 마리 이상이 찾아오지만 개펄이 매립되면서 2007년에는 그 수가 3천 마리가 줄었다. 뉴질랜드와 호주 동부에서 북행길에 올라 알래스카에서 번식을 하기 위해서는 서해안 새만금에 들러 많은 영양분을 비축해 놓아야 하는 큰뒷부리도요새의 중간 정착지가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정은 다른 철새들도 마찬가지다.
최근 새만금으로 날아드는 각종 철새의 개체 수가 줄어듦에 따라 그들이 만들어내는 장관도 보기 어려워졌다.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철새들이 스스로 찾아낸 소중한 서식지를 하루아침에 인간의 힘으로 바꾸기는 쉽지 않다. 우리가 편하게 먹고 쉬는 집을 갑자기 부순다고 생각해 보자. 철새들로서는 인간이 침입자로밖에 여겨지지 않을 것이다.
발전과 보전의 필요성은 동전의 양면처럼 동시에 존재한다. 국가 발전을 위해 새만금 개펄을 매립하여 얻어지는 이익의 필요성만큼 철새들의 도래지를 보전해야 하는 필요성도 함께 존재하는 것이다. 다만 간과하지 말아야 하는 사항은 우리가 과연 자연을 충분히 이해하고 나서 발전을 추진하는가 하는 점이다. 자연을 져버린 발전은 반쪽짜리 발전이다.
글 : 이상화 과학칼럼니스트
댓글 1개
이렇게 훌륭한 비행을 하는 도요새의 먹이가 부족해지고 지역이 매립이 되면서 비행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은 정말 큰일이 아닐 수 없네요. 발전이라는 명목도 좋지만 자연과 더불어 살아야하는 인간으로서의 책임도 중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더불어 살 수 있는 방법들이 나오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