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개발한 뇌신경모사칩 ‘로이히’
인간의 뇌를 흉내 내려면 어떤 방법을 써야 할까.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건 ‘시뮬레이션’ 기법이다. 현재까지 인간이 확보한 뇌과학 지식을 총동원해 이 기능을 컴퓨터 속에 가상현실로 구현해 뇌 기능을 흉내 낸다. 이론적으로는 컴퓨터 스스로 자아를 갖고 인간처럼 사고할 수 있는 ‘강한 AI’를 현실에서 만들 수 있는 방법으로 꼽힌다. 그러나 인간의 뇌 기능의 비밀이 아직 과학적으로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데다 약 1000억 개로 알려져 있는 뇌신경세포 하나하나의 세세한 연결도 고려해야 해 현재로선 거의 현실화가 불가능하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인간의 뇌신경 구조와 동작 원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유럽연합(EU)도 가상두뇌 개발을 연구 중인 스위스 로잔공대 연구진 등을 지원하고 있다.
시뮬레이션 방법은 뇌과학 연구 측면에선 긍정적이지만 이 역시 대용량의 컴퓨터 시스템이 필요해 실생활에 활용하긴 어렵다. 과학자들은 결국 뇌의 일부분만 흉내 내기 시작했다. 컴퓨터에 사용되는 CPU의 내부 구조를 동물의 뇌신경세포 동작 원리를 흉내 내 만든 ‘뇌신경모사칩’을 개발하는 것이다. 뇌 전체를 복제하지 않기 때문에 완전한 자아를 갖긴 아직 어렵지만 학습 속도와 처리 속도는 큰 폭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대표적인 곳으로 CPU 전문기업 ‘인텔’이 꼽힌다. 인텔은 지난해 9월 ‘로이히(Loihi)’라는 실험용 뇌신경모사칩을 발표했다. 로이히 칩은 뇌신경세포를 흉내 낸 13만 개의 전자회로와 1억3000만 개의 시냅스(신경 연결부위)로 구성되어 있다. 이 시스템에 사람이 손으로 쓴 숫자를 알아보는 AI 프로그램을 설치한 결과 일반 컴퓨터를 이용한 AI 기능과 비교해 100만 배 높은 학습률을 자랑했다. 에너지 효율 역시 기존 방식보다 1000배 높다고 인텔 측은 밝혔다. 인텔은 앞으로 이 기능을 한층 더 높여 작은 동물 수준의 인공지능을 개발할 계획이다.
관련분야 연구는 국내에서도 진행 중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는 현재 인텔 로이히 칩에 필적하는 뇌신경모사칩을 독자적으로 개발 중인데 근시일 내에 관련 연구 성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도 동물의 뇌파를 분석해 효율적으로 뇌신경모사칩 회로를 구성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김재욱 KIST 선임연구원은 “뇌과학 연구가 발전하면서 차세대 인공지능 개발도 점차 수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댓글 1개
AI기술에 많은 과학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하면서 이제는 강한 AI까지 고민을 하면서 인간의 뇌만큼의 효율성을 가질 수 있게 만들려고 한다니 한편으로는 기대도 되지만 걱정도 되네요. 부디 좋은 쪽으로 연구들이 진행될 수 있도록 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어쨌거나 이런 연구들이 좀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곳에 쓰였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