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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는 인간만이 가진 품위" 토론에서 누가 이야기했을까…답은 신문 읽은 AI
조회 59 2021.03.23 신고

국제학술지 네이처 17일 IBM 연구팀 발표    

토론 AI 프로젝트 디베이터와 인간 토론자가 지난 2019년 유치원 보조금 지원을 놓고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IBM 제공 

 

“복지는 절벽에서 떨어지는 사람에게 손을 내미는 것과 같습니다. 이는 인간만이 가진 품위입니다.”


유치원 보조금 지원 문제를 두고 진행된 토론에서 한 참가자가 밝힌 지원 찬성의 이유다. 이 참가자는 “유치원은 평생을 좌우하는 시기”라며 “유치원 교육은 미래의 높은 임금과 고등학교 졸업률, 낮은 범죄율로 이어진다”며 연구결과와 통계들을 인용해 주장을 펼쳤다. 다른 토론자가 “유치원 보조금을 지원해도 그 혜택이 빈곤층 가정 자녀에게 돌아가지 않는다”고 반박하자 “보조금은 상호배타적이지 않다”고 답했다.

치열한 논쟁을 벌이며 유치원 보조금 지원에 찬성한 참가자의 정체는 바로 인공지능(AI)다. 4억개의 신문기사와 인터넷 백과사전 페이지를 학습한 토론 AI ‘프로젝트 디베이터’가 유치원 보조금 지원을 두고 인간 토론자와 논리를 다툰 것이다. 2019년 진행된 이 토론은 결국 프로젝트 디베이터의 패배로 끝났지만 정확한 논리와 근거에 유머까지 갖춘 토론 AI 등장은 많은 이들에게 놀라움을 줬다.



노엄 슬로님 미국 IBM AI리서치 연구원팀은 17일(현지시간) 프로젝트 디베이터의 토론 수준이 인간과 비등한 수준에 올라서 있다는 분석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공개했다.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프로젝트 디베이터는 첫 발제문을 만드는 능력이 인간 토론자보다 뛰어나다. 4억개의 신문기사와 인터넷 백과사전에서 뽑아낸 정보들을 기반으로 각종 통계와 연구결과들을 인용해, 근거가 탄탄한 주장을 펼친다. 실제 2019년 토론에서도 프로젝트 디베이터는 발제문에서 인간 토론자보다 더 높은 점수를 평가자들로부터 받았다. 인간 토론자는 2016년 세계 토론 챔피언십 결승 진출자인 하리시 나타라얀 씨였다. 


 

노엄 슬로님 미국 IBM AI리처시 연구원. IBM 제공 

 

슬로님 연구원은 이메일 인터뷰에서 “2018부터 2021년 사이에 발행된 전 세계 영자 신문을 프로젝트 디베이터가 학습했다”며 “파일 크기는 약 3TB의 데이터이며 거의 100 억 개의 문장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프로젝트 디베이터는 2019년을 포함해 2018년 등 3번의 공개 토론에 참여했는데, ‘어떤 토론자가 청중의 지식을 더 풍부하게 만들었는가’라는 점수에서 항상 인간 토론자보다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며 프로젝트 디베이터는 설득의 3요소인 로고스, 파토스, 에토스 중 로고스에 강하다”고 덧붙였다. 설득의 3요소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수사학에서 설명한 개념으로 로고스는 논리, 파토스는 공감을 통해 알아낼 수 있는 청자의 감정 상태, 에토스는 카리스마, 도덕성 등 화자가 가진 영향력을 뜻한다. 슬로님 연구원은 에토스에서도 프로젝트 디베이터가 어느 정도 강점을 지닌다고 말했다.


다만 슬로님 연구원은 프로젝트 디베이터가 파토스에서 약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프로젝트 디베이터는 감정을 읽는 부분에서 약하다”며 “시스템에 유머를 추가했지만 인간의 감정과 가치의 복잡성을 따져볼 때 아주 기본적인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IBM 제공 

 

AI 연구는 체스나 바둑, 스타크래프트 등 게임에 집중해왔다. 이는 게임의 복잡성 때문이다. 바둑, 체스, 장기 같은 보드 게임의 경우 여러 수를 두면서 게임이 진행된다. 한 수를 둘 때마다 경우의 수가 발생하며 이는 AI의 학습 재료가 된다. 여러 수에 걸쳐 쌓인 데이터를 통해 스스로 학습하고 상황을 판단하는 것이다. 반복 과정을 거쳐 AI의 지식은 계속 강화된다. AI 연구 대상이 됐던 게임들은 모두 일정한 규칙에 따라 명확한 승자와 패자가 갈린다. 슬로님 연구원은 이런 게임들이 AI가 활약하기 좋은 영역(Comfort Zone)에 속해 있다고 설명한다. 


반면 토론은 체스와 같이 일종의 게임이지만 명확한 승자와 패자를 가르기가 힘들다. 토론의 결과는 청중에 따라 주관적이다. 어떤 이에게 설득력 있는 주장이 다른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토론은 인간의 감정과 논리를 고려해야하는 영역이기 때문에 AI가 정복하기 쉽지 않다. 


연구팀은 이런 점을 고려해 최종적으로는 AI를 인간이 의사결정을 하는 데 도움이 되는 형태로 개발하는 게 목표다. 슬로님 연구원은 “AI의 최종 목적은 인간이 더 나은 정보에 입각한 덜 편항된 결정을 내리도록 돕는 것”이라며 “AI는 수십억 개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반면 인간은 어떤 주제에 대한 지식이 제한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AI를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서울 시장이 시에 대한 결정을 내리거나 한 회사의 최고경영자(CEO)가 경영적 결정을 내리는 데 AI가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임준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언어지능연구실 책임연구원은 “프로젝트 디베이터는 근거를 추출하는 지식 노동이라고 부르는 작업을 대신해 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의사 결정에 필요한 근거들을 AI가 자동으로 일목요연하게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옳은 방향성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1 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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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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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이런 판단을 할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네요. 신문을 읽고 훈련을 하고 인간보다 더 큰 선택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니 앞으로 창조 및 판단이 인간의 몫이라고 했었는데 점점 AI가 커버하는 범위가 넓어지네요. 앞으로 우리가 AI와 함께 살아야하는 방향에서 고민을 해야겠네요.

2021.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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